"이제 뭐 해서 먹고 사나"…170cm 60kg 로봇 직원의 '공습' [글로벌리포트]

입력 2024-02-07 07:34   수정 2024-02-07 12:1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글로벌 테크업계의 시선이 ‘피규어AI’라는 이름의 미국 스타트업에 쏠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피규어AI에 1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피규어AI는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했다. 인간처럼 두 발로 걷고 움직이는 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소식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진전된 모습을 공개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테슬라 외에 구글과 아마존도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MS와 오픈AI 동맹도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생성 인공지능(AI)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제조기술 역량과 AI 기술 고도화로 로봇이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보다 정교한 일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로봇 수요 증가의 요인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도 관련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생성 AI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도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열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 지난달 찾아간 스피어 내부에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다. 사람의 형상을 한 이 로봇은 인간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관람객들이 말을 걸면 당사자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손동작도 하고 눈을 깜빡이며 미소도 짓는다. 한 관람객이 “오늘이 나의 생일이야”라고 말을 걸자 아우라는 “오늘은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군요. 생일 축하해요”라고 답했다. 아우라가 인간 직원을 대신해 관람객을 맞는 임무를 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인간과 비슷한 모양과 움직임은 물론 AI를 탑재해 스스로 사물을 인지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업무능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2~3년 이내에 정교한 일 처리도 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올 전망이다.



작년 10월 아마존의 시애틀 물류 창고에도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가 등장했다. 물류 사업 확장을 위해 로봇 개발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에 투자를 한 아마존이 사람과 비슷한 방법으로 작업하는 로봇을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디지트는 물류센터 내에서 걸어 다니며 박스를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대 18kg의 물건을 들 수 있으며 빛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더와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장애물도 피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디지트의 제품 완성도를 더 높인 뒤 내년부터 일반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정부터 우주까지
다른 빅테크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와 오픈AI가 점찍은 피규어AI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이 제조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간 대신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키 170cm, 무게 60kg인 휴머노이드 ‘피규어 원’을 개발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 로봇은 “캡슐커피를 한 잔 만들어달라”는 말을 듣고, 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어 커피를 만들었다.




이 로봇의 첫 근무지는 BMW 생산공장이 될 전망이다. 피규어AI는 지난달 독일 BMW와 자동차 제조용 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BMW는 로봇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시험할 예정이다. 피규어AI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애드콕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년 전 노르웨이의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 AS’에 235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챗GPT를 탑재한 가사도우미 로봇 ‘네오’를 개발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동영역은 가정과 산업현장을 넘어 우주까지도 갈 분위기다. 로이터는 작년 말 ‘우주의 휴머노이드 로봇 : 차세대 개척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텍사스 휴스턴의 NASA(미국항공우주국) 존슨 우주센터에서 개발 중인 ‘발키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키 188cm, 무게 136kg의 발키리는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 등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도 발키리의 활동무대다. NASA 덱스터러스 로보틱스팀의 숀 애즈미 책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주에서 태양광 패널 청소나 우주선 외부의 오작동 장비 검사와 같은 위험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주비행사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이를 위해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앱트로닉과 같은 로봇 개발 회사와 제휴하고 있다. 앱트로닉은 작년 8월 집안일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애즈미 책임자는 “인간 승무원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작년 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달걀을 집어 올릴 정도로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요가와 스쾃 동작도 안정적으로 취한다. 테슬라 측은 “옵티머스가 이전 1세대 모델보다 30% 빠른 속도로 걷고, 10kg 가벼워졌다”며 “균형 감각과 전신 조절 능력이 향상됐고, 모든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물건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 뒤 2022년 9월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옵티머스의 형태는 조악했으나 1년 만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기술 고도화와 함께 휴머노이드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 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테슬라 생산공장은 물론 일반 가정과 산업현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3~5년 내 우수한 성능의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양산해 자동차보다 저렴한 2만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생산 시대를 열어 가격을 낮추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업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6억2000만달러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7년 173억달러, 2032년엔 28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가정과 소매점에서 개인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가 이뤄질수록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람 대신 휴식 없이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도입 비용은 비싸지만, 장기간 사용할수록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일자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앱트로닉의 제프 카데나스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번째 단계는 인력난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인간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 함께 일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봇의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생성AI와 비슷한 안전선, 윤리,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패권전쟁으로 가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국가 간 기술 확보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노동력 확보의 주요 수단인만큼 자국 내 개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작년 6월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AI 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R-1’을 발표했다. GR-1은 장애물을 피해 걸을 수 있고, 물건을 운반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을 거쳐 2~3년 이내에 프로토타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내에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고령화에 다른 의료 및 재활 분야의 로봇 수요를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가 내년에 3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 뒤, 2035년 4억명(25%), 2050년에 5억명(3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휴머노이드 로봇 부문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13년 내놓은 뒤 다양한 동작과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을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국내 로봇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말 반드시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첨단로봇·제조를 선정했다. 특히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간 수준의 자율형 로봇’ 구현을 위한 AI 고도화와 기술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로봇의 인지·제어를 담당하는 핵심부품인 센서·구동기·제어기의 국산화율을 높일 방침이다. 로봇 개발 기술의 실증·사업화를 위한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구축, 선제적 윤리제정·규제개선 등 인프라 조성도 주요 과제로 시행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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